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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

젊은 군인들의 죽음

by 걸어가다 2010. 4. 27.

어느날 아침 들려온 초계함의 침몰소식, 그리고 이어지는 추측들과 사건에 대한 국방부, 언론 등의 발표를 보면서 그 순간 바로 든 생각이 실종 장병들이 개죽음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을 했다. 나중에 새떼를 향해 허공에 대고 10분간이나 커다란 포를 발사했다는 발표를 보고는 이 사고가 전투와는 상관이 없는 다른 무언가에 뒤통수를 맞은 어이없는 사건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더 크게 느껴졌다.

 

어떻게 그렇게 칼로 무 자르 듯, 선수의 사람들은 물기둥도 못보고, 큰 소리도 못듣고, 화약냄새도 못맡고, 물도 젖지 않고, 모두 살아나오고, 선미의 사람들은 마치 탈출시도를 하지 않은 것 처럼 전부 죽을 수 밖에는 없었을까? 탈출 시도를 하다가 중간에 발견된 병사가 하나도 없이 어쩌면 삶과 죽음이 그렇게 깔끔하게 갈렸을까? 마치 인류의 조상인 원숭이가 어느날 인간으로 진화하여 중간단계가 없이 원숭이와 인간만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사고 현장이 아비규환의 전장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이번 천안함의 사고에 대하여 그 원인과 과정에 대하여 궁굼하기는 살아남은 병사들도 마찬가지고 사망한 병사들의 가족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온 국민이 그러하듯 나 또한 그 진실이 너무너무 궁굼하다. 이런 저런 추측의 난무는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남북한이 군사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북쪽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많다. 아니 이미 북쪽에 혐의를 두고 북을 협박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 작은 조각으로라도 북쪽과 연결시킬, 증거라고 들이댈 그 무엇이 발견되면 대 다수의 국민들이 전쟁이라도 불사할 듯 보인다. 이러한 대다수의 흥분속에서도 오히려 그 상처의 중심에 서 있는 유가족들이 군사적 대응으로 우리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들이 겪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한 것은 나의 마음을 뭉쿨하게 한다.

 

여러곳에 대형 분향소를 준비하고 방송에서도 그분들을 잊지 않겠다고 계속 이야기 한다. 나는 군에서 사망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지 못한다. 어떠한 임무를 수행하다, 어떠한 상황에서 조국과 동료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사라져 갔는지 지금까지의 언론이나 정부의 발표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다. 단지 국방부의 발표에서 매년 줄어가는 건수가 2008년 134명이 사망했고 2009년에는 육군에서만 106명에서 79명으로 사망자가 획기적으로(?)줄었다는 글만 볼 수 있었다. 이번 천안함에서만 46명이 목숨을 잃었으니 참으로 적지 않은 수의 젊은이들이 나라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가 가족과 영영 이별을 하게 된다.

 

군대에서는 여러가지 사고가 있다. 총기사고, 교통사고, 자살사고, 군 의문사 등이 얼핏 생각나는 종류이다. 특별히 훈련 중 기체의 이상으로 함께 산화하는 공군조종사들의 이야기는 뉴스를 통해 가끔 접하는 안타까운 뉴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애도하는 언론과 정부의 모습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분들의 죽음과 천안함 희생자들의 죽음의 차이를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 분들뿐 아니라 우리의 안전을 위해 사선을 넘나드는 경찰 또는 소방공무원들의 사고나 희생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애도를 우리가 표했었는지 지금의 상황과 왜 이리 달랐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앞으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숭고한 생명들이 있을 수 있다. 그 분들에게도 지금의 천안함 희생자들과 동등한 대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거의 모든 희생자들도 우리가 기억하고 동등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만일 이것이 정부차원의 일회성, 혹은 어떠한 목적을 지닌 행사에 불과하다면 이는 천안함 희생자와 그 보다 더 많은 애국영령들을 모독하는 행위일 것이다. 외국의 어느나라에서는 아군의 총탄에 맞아 순직한 군인을 영웅으로 만들려다 유가족의 항의로 진실을 알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라가 영웅을 만들고 그를 이용해서 전쟁을 정당화 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러한 영웅만들기가 희생자에게 진정한 보답이 될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원인모르고 사라져간 젊은 영혼들을 위한 진정한 애도의 마음은 진실을 정확히 밝히고 현실을 알려서 다시는 희생이 재발되지 않는 시스템과 화해와 평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해서 흘려지는 피는 여의도 밥통들의 피도 아니고 그 자식들의 피도 아닐 것이다. 지금 내 이웃의 동생과 앞으로 내 자식들이 지켜나갈 국방의 의무속에서 생길지도 모르는 사고인 것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병역을 회피하거나 그 후에 국적을 회복하여 권리만 누리려는 소수가 더 크게 애곡하고 소리치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다시한번 천안함 희생자의 명복을 빌면서 보여지는 애도보다는 진심어린 애도가 함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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