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양수리까지 너무나 힘든 라이딩을 하고서 얼마간 몸을 추스렸다.
그리고는 4대강 종주를 완성하기에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비가 예보 되었음에도 영산강 라이딩을 추진했다.
낙동강은 마지막 피날레로 남겨놓고, 영산강, 금강을 먼저 종주하기로 한 것이다.
영산강종주길의 출발지점은 전라남도 담양이다.
담양을 가기 위해서 원주에서는 광주로 먼저 가야 한다.
동부고속은 참으로 오랜만에 타 보는 것 같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원주에서 광주까지의 우등고속버스다.
가격도 만만하지가 않다. 28,300원이다.
시간은 4시간 정도 걸린다.
한참을 달려 정읍을 지날때 즈음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광주에 다 와가도 그칠줄 모른다.
결국 우중 라이딩이 될 것 같다.
광주에는 친구가 있다.
회사때문에 몇년 전부터 주말 부부로 생활한다.
이번 라이딩을 핑계로 친구와의 만남도 큰 스케쥴 중에 하나였다.
마중나온 친구는 직원의 차를 빌려 왔는데 승용차다.
담양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려는 우리에게 담양까지 데려다 준다며 자전거 두 대를 승용차에 실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가능했다.
친구와 달려 도착한 담양의 남도 음식 별미집 '유진정'이라는 청둥오리 전문점에 도착했다.
담양뿐 아니라 광주에서도 유명한 집이라 했다.
비오는 날 이른 점심시간 인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마당에는 많은 조각품, 예술품들이 있었다.
샤브샤브식으로 야채를 넣어 고기와 함께 건져 먹는 것이다.
나는 고기가 따로 나오는 줄 알고 계속 야채만 건져 먹었다.
나중에 보니 바닥에 고기가 있었다. 결국 평소대로 채식으로 마쳤다.
식사후 친구의 차로 영산강 종주길의 시작점인 담양댐 아래까지 갔다.
대성교를 건너자 마자 바로 '금용휴게실'이 있고 그 왼쪽 골목 같은 곳에 인증센터가 있다.
멀리 담양댐이 보인다.
마침 비가 멈춰주어 자전거를 꺼내고 조립하고, 출발준비를 순조롭게 할 수가 있었다.
출발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친구와 작별을 했다.
저녁에 나주에서 1박을 할 예정인데, 직장에서 퇴근후 나주로 와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저전거 종주에 나서는 우리를 친구는 대견스러워 하는 것 같다.
빙 돌아 자전거 길과 만나는 부분에서 우리와 함께 달리며 다시 'V'자를 날려 주고 사라진다.
얼마 달리다 보니 경비행기와 활주로가 나타난다.
이곳의 비행기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것 같다.
담양경비행장으로 검색하니 나오지는 않지만 하늘을 나는 꿈을 꿔 본다.
이곳을 지나면서 갑작스레 비가 내린다.
급한대로 다리 아래서 비에 대한 대비를 하고 다시 출발한다.
친구는 클릿신발이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아쿠아슈즈로 갈아 신었다.
신발이 너무 편하고 좋다고 감탄을 한다.
드디어 첫번째 명소인 담양의 '메타세커이아길'에 도착했다.
마침 비도 멎었다.
관람료가 1,000원인가 하는데 우리는 길을 지나지는 않고 관람료 받는 분에게 사진촬영만 부탁했다.
다양한 자세로 사진을 찍어주셨다.
메타세쿼이아길이 있는 금월교에서 담양읍내까지 비포장 도로가 많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서 옷은 온통 흙으로 범벅이 되었다.
비포장 도로가 맑은 날은 좋은지 모르겠지만 비오는 날은 최악이다.
담양읍에 들어서면서 먼저 강건너 관방제림이 보였다. 그리고 향교교를 건너기 전에 죽녹원 올라가는 길이 있다.
향교교를 건너면 담양의 국수거리가 있다.
끼니때가 아니어서 그냥 지나치는데 소낙비가 내린다.
어짜피 젖을 몸, 장대비가 내리는 길을 그냥 달렸다.
중간에 물통이 떨어져 급정거를 하는데 뒤따라 오던 차가 놀라 멈추던 위험한 일도 있었다. 우중 라이딩의 위험성은 다양했다.
내가 만일 운전자라면 안전거리를 확보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빗속에 참 빠른 속도로 달렸다.
얼마후 비는 멈췄지만 우리는 계속 달렸다.
우리는 북광주 IC 부근, 담양 대나무숲에서 처음 휴식을 갖었다. 평균속도 25 Km 이상으로 달린 것 같다.
우리가 한참 전에 추월한 수자원공사 직원들도 휴게소에 들려 휴식을 취한다. 빠르게 달린 의미가 별로 없어지는 순간이다.
광주시내를 가로지르는 영산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다.
그런데 자전거 도로가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고 그 물속에 웅덩이가 있었던 것이다.
앞서 달리던 친구는 넘어지며 5미터 이상을 뒹굴었다. 충격이 컸다. 이런 도로는 정비가 시급했다.
누군가가 또 넘어지고 더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영산강 자전거 도로중 광주 시내를 통과하는 구간은 정말 주의해야 한다.
한번의 자빠링, 넘어짐으로 우리는 속력을 줄이고 더욱 조심해서 완주를 하려고 영산강 광주구간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커브길에서 친구가 또 넘어졌다. 속도를 줄인다고 많이 줄였는데도 피할수 없었다.
차라리 잔디밭으로 그냥 진압하는 것이 좋았을 지도 모르는데 넘어지며 친구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주면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넘어 졌는지 자전거 타이어 자국이 많이 있었다.
실제로 내가 내려서 걸어보니 마치 얼음위를 걷는 것 처럼 미끄러웠다. 어떻게 이렇게 미끄러울 수가 있는가?
무슨 우레탄이라도 발라 놓은 것인가? 물과 닿으면 그야말로 빙판길로 변하는 광주의 자전거길은 공포 그 자체였다.
다른 지역의 붉은색 자전거 도로와는 뭔가 차이가 있다. 미끄러움의...ㅠ.ㅠ
두번의 자빠링으로 우리는 라이딩에 대한 의욕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의욕의 문제도 있지만 친구의 몸상태도 너무 좋지 않았다.
바로 돌아가려다가 그래도 나주까지는 가자고 하는 친구의 말에 걱정속에 나주까지 도착했다.
나주에서는 숙소를 잡기위해 나주역 앞쪽으로 갔다.
나중에 생각하니 영산포 홍어거리 쪽에 있는 모텔로 가는 것이 더 낳을 뻔 했다.
나주역 앞쪽이 신시가지 처럼 보였는데 시설이나 가격이 착하지 않았다. 뜨끈한 물에 피로를 풀고 싶었는데 샤워밖에는 않되었고 그나마도 물줄기가 약했다.
저녁에 친구가 나주로 왔다.
나주곰탕도 유명하지만 저녁으로 먹기에는 홍어를 먹자고 해서 영산포 홍어의 거리로 갔다.
홍어의 거리에는 홍어집에 무척 많았다. 우리는 '영산홍가'에 자리를 잡았다.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국산이라고 했다. 우리는 수입산과 비교하게 수입산을 조금 부탁했다. 수입산은 너무 질겨 먹을 수가 없었다.
오늘의 경험담을 이야기 하며 홍어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일찍 일어났다.
친구는 광주로 돌아간다고 했다. 콜택시를 부탁하니 '영산홍가'사장님이 직접 모텔 및 터미널까지 자가용으로 데려다 주었다.
다시한번 '영산홍가' 사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밤새 모기와 눅눅함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새벽부터 눈은 떠 있었지만 8시가 지나서야 모텔을 나섰다.
멀리 제주도 남쪽에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지만 날씨는 너무 화창했다.
우리는 영산강 종주길의 나머지 구간, 나주에서 목포까지는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지금의 컨디션으로는 도저히 무리였기 때문이다.
아침을 나주곰탕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현지인의 조언을 받아 곰탕골목으로 이동했다.
나주의 곰탕골목은 구시가지 금성관 주변으로 몰려 있었다.
나주의 금성관의 정문인 망화루(?)
나주 금성관은 조선시대 객사이다. http://blog.daum.net/cognos57/15971083
금성관의 좌측으로 보면 나주의 관아문이 '정수루'가 있다. http://blog.daum.net/cognos57/15971083
금성관 앞으로 나있는 나주로는 뭔가 모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나주 현지인의 말을 빌리면 요즘 나주 곰탕집의 맛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직은 하얀집의 맛이 그래도 옛날 맛인 것 같다고 한다.
하얀집 내부에 100년을 이어온 주인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곰탕국물이 하얀것이 신기했다. 맛은 담백했다.
아침식사 후 우리는 나주 버스터미널에서 광주행 직행 버스를 탔다. 나주에서 광주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광주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원주로 가는 고속버스가 있어서 바로 표를 끊어서 차에 올랐다.
다양한 사건이 있었던 이번 영산강 자전거 투어는 이렇게 미완으로 끝났다.
언제 몸이 회복될런지 모르겠다.
그래도 벌써 영산강 남은 코스와 섬진강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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