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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이야기

근심, 걱정, 염려

by 걸어가다 2018. 2. 21.

애견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기 위해 켄넬을 구입했다. 병원에 가기로 한 날 아침 켄넬을 미리 꺼내 놓고 차에 어떻게 실을지, 어떻게 들고 갈지 나름대로 생각해 보다가 아내에게 의견을 물었다. 아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왜, 걱정되?'라고 물었다. 나는 내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따져 보기를 좋아하는 성격에 나는 평소에도 이런 상황을 참 많이 격는다. 친구와 여행을 하면서 '차가 막히려나?'라는 한 마디를 하면 '야, 막히면 어때, 조금 늦게 가면 되지, 걱정도 팔자다'하는 핀잔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들으며 입을 다물어 버린 경우가 종종 있다.

 

과연 나는 걱정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성경에는 근심, 걱정, 염려 라는 단어가 섞여서 나온다. 나는 다 비슷하게 생각되는데 헬라어, 또는 히브리어로는 각각 다른 느낌의 단어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다음 사전을 찾아보니 그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엄밀하게 분석해서 학문적으로 설명 가능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금의 내 상황을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세가지 단어 중 어느 것을 사용해도 비슷할거라는 생각이 든다.

 

근심 : 해결되지 않은 일 때문에 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함

걱정 : 어떤 일이 잘못될까 불안해하며 속을 태움

염려 : 여러 가지로 마음을 쓰며 걱정함

 

성경에서 먼저 생각나는 구절은 누가복은 12장 25절에 있는'또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느냐'라는 말씀이다. 여기서는 염려라고 표현되었는데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하여 쓸데 없이 마음을 쓰고 걱정하는 것에 대하여 하신 말씀 같다.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해석 할 수는 없겠지만 위의 성경구절이 키가 작은 사람들이 성장하기 위해 영양소를 잘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며,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도 소용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하여 준비하고 계획하는 일에 대하여 나쁘다고 이야기 하는 경우는 잘 없다. 하지만 그것이 계획이나 노력인지? 아니면 근심, 걱정, 염려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26절에 나오듯이 '그런즉 가장 작은 일도 하지 못하면서 어찌 다른 일들을 염려하느냐'는 말씀에 따라 우리가 그저 하루하루 다가오는 일에만 열심히 사는 것이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말하기에는 모호한 면이 있어 보인다. 일기예보를 보고 우산을 준비한다든지, 화재를 대비해서 소화기를 준비하거나, 응급상황을 대비해서 심폐소생술을 익히는 사람들에 대하여 걱정도 팔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연 내가 궁굼해 하는 교통체증의 여부와 우리가 삶을 대비해서 배우는 각종 지식의 습득과 훈련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경계짓기가 어렵다. 나를 쓸데 없이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보는 많은 신앙인들에 대해 앞으로도 함께 논의하기 보다는 입을 다물고 마음속으로 미래를 그려보는 일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오늘도 내가 하는 일은 계획이고 네가 하는 것은 걱정이다라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마음을 쓰며 글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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