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생각

미세먼지, 에이즈, 독감 그리고 로또

by 걸어가다 2017. 5. 6.

오늘도 미세먼지에 대한 경고가 미세먼지처럼 온 언론을 뒤덮었다. 비단 미세먼지 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 대한 경고를 끊임없이 내보낸다. 원주에 있는 모 대학 환경관련 학과 교수님은 만나는 사람마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는 전도사로 주변에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를 더 무서워하고, 매일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생활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가격이 뛰어 오르는 공기청정기를 사기 위해 마트를 찾는다.



 또 새벽 운동, 또는 주말 운동을 하지 않을 이유도 찾기 쉬워 졌다. 전문가의 경고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무시하기 쉽지 않다. 교수님이나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크다 보니 그 분들의 말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말은 병에 걸릴 것이다라는 말로 들린다.

 

교수님이나 전문가라고 불리는 분들은 확실한 임상 데이터와 다양한 방면의 연구결과들을 가지고 위험성을 설명 할 것이다. 그 데이터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병에 걸릴 것이다’ ‘죽을 것이다는 말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특히 잘 믿어지지 않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서울보다 원주의 미세먼지가 더 위험하다고 하는 말에는 쉽게 동의되지 않는다. 



서울, 경기 지역의 30세 이상의 10명중 1~2명은 조기 사망한다. 등의 기사를 보면 정말 무시무시한 미세먼지가 아닐 수 없다. 미세먼지의 농도도 기준치의 2, 혹은 20배라고 이야기 하면 당장 목이 칼칼하고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이런 것이 숫자나 통계가 주는 미묘하고도 강력한 효과인지도 모르겠다.

 

미세먼지가 나쁘다고 예보된 오늘, 초여름의 파란 하늘을 보면서 약 8 Km의 거리를 걸어서 출근했다. 멀리 치악산이 뿌옇게 보인다. 연휴여서 그런지 미세먼지 탓인지 몰라도 생각보다 거리가 한산했다. 맑은 초여름 날씨라 아침이라도 등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한다. 걸으면서 자외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미세먼지도 걱정해야 한다. 걱정되면 걷지 말고 차를 타거나 실내 운동을 하거나 집에서 머물면 안심이 될까 모르겠다.

 

최근에는 국가와 기업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결과와 대책들을 내놔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특히 기업은 각종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광고 한다. 일부에서 공기청정기의 효과가 임상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업의 후원을 받은 연구결과는 효과가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불안 마케팅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기사] 공기청정기, 과연 미세먼지 예방 도움 될까? 알고보니…

http://g-enews.com/view.php?ud=201705061112257941fa075a9870_1#_enliple

 

미세먼지로부터 실내는 안전할까?’하는 의문이 든다. 많은 사람이 운동하는 실내체육관, 탁구장, 당구장 등 운동시설들은 깨끗하고 쾌적하게 관리되고 있을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는 것은 섬강변을 자전거로 달리는 것 보다 안전할까? 숯불구이 또는 바비큐는 미세먼지 보다 덜 해로운가? 방진시설이 갖춰진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건강한가? 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폐아스콘 재생공장은 안전한가? 미세먼지가 죽음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인 것처럼 느껴지는 언론에서 이런 의문에 대해서도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집먼지 속에 독성물질로 집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보면 혼란스럽다.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고 오래 살기 위해 얼마나 깨끗하게 해야 하고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지 막막하다. 만일 석탄발전소, 폐기물처리장,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집안 청소나 공기청정기만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오히려 미세먼지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 위협일지도 모르겠다.

 

한때 다양한 호르몬계 부작용이 새집증후군으로부터 야기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소량이라도 장기 노출되면 위험하다고 한다. 그 소량에도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과 같은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죽음의 원인은 다양하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건강식과 운동을 생각한다. 하지만 교통사고, 산업재해, 미세먼지 등으로 우리는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나는 내일도 자전거를 탄다. 미세먼지로 죽을지도 모르지만 각오해야 한다. 운동으로 건강해지는 것이 미세먼지로 건강이 나빠지는 것과 상대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돼지고기 삼겹살이 미세먼지에 효과가 있다고 믿고 맛있게 먹고, 콜라겐이 우리의 피부를 탄력 있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며 닭발과 돼지 껍데기를 먹듯이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호저로 금대리계곡으로 달린다.

 

나도 목이 칼칼해 지면 또 미세먼지 걱정을 한다. 제발 미세먼지로 죽을 확률이 번개를 두 번 맞는 확률보다도 낮거나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도 낮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가 미세먼지로 죽는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 속에 있었어도 멀쩡했는데 참 재수가 없었다고 이야기 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건강에 대하여 자만하는 것을 경계 한다. 반대로 지나치게 걱정하여 불안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언론과 교수님, 국가는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되는 좋은 데이터를 제시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