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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산행&자전거

백운산 종주

by 걸어가다 2010. 9. 6.

 여름 들어 걷기를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큰 맘을 먹고 언젠가 한 번 걸어보고자 생각했던 코스를 걷기로 도전에 나섰다.

 내가 이름하기로는 '판부면 둘레길' 이라고 명명 하였는데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왼쪽은 흥업면이고 오른쪽이 판부면이다. 아래쪽은 충청북도 제천시 이다. 서곡저수지 근처의 친구집에서 출발하여 웃백운정 근처의 산으로 진입하여 분지동과 후리절 사이의 능선을 타고 오두봉까지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용소동계곡의 서쪽 능선인 샘이다. 도두봉에서 상재를 거쳐 백운산, 보름가리봉까지 간 다음 금대리 방향으로 하산하여 봉천을 따라 단구동까지 내려와서 다시 용수골 친구집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너무 힘들어서 백운산까지만 가고 바로 하산하여 돌아왔다.

 아침에 눈을 뜨니 6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간단히 챙길 것을 챙겨가지고 집을 나셔면서 거울을 보고 한장 찍었다.

 스쿠터를 몰고 집 근처 서울해장국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서울해장국은 항상 손님이 붐비는 모습이다. 오랜만에 소머리국밥을 주문했는데 예전에 먹던 그런 맛이 아닌 것 같았다.

 아침을 먹은 후에 스쿠터를 타고 점심을 마련하기 위해 남부시장의 '토마토'라는 곳으로 갔다. 주먹밥이 편리할 것 같아서 '치즈참치 주먹밥'을 2개 주문했다. 하나에 1,700원 이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실내도 깔끔하게 꾸며져 있고 주변 학생들에게는 제법 인기가 있는 곳인가 보다. 아들도 주먹밥만 보고는 이곳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의료원 사거리를 지났다. 사거리는 각종 신호등, 표지판, CCTV등으로 복잡하다. 이곳에 이편한세상 아파트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아마 예전에는 대림아파트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이름을 바꾼 듯 하다. 이름 만 바꾼 것이 아니라 내실도 좋아 졌으리라 기대 해 본다.

 용수골 친구집에 도착하니 7시 26분이다. 부부의 이름이 나란히 기록된 문패가 정겹다. 친구를 깨우기가 뭐해서 대문 앞에 스쿠터를 조용히 세우고는 베낭만 챙겨서 길을 떠난다.

 곧게 뻣은 길에 석상 두개가 서 있다.

 서곡사격장, 서곡가든, 수락정 등의 간판이 보인다. 서곡사격장은 실탄 사격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모르겠다. 나는 오른쪽의 수락정 방향이다.

 조금을 들어가니 '웃백운정교'라는 다리가 나온다 계속해서 산 쪽으로 진행했다.

 '성현사'라는 팻말 쪽으로 갔다.

 조금 더 올라가니 '병기본훈련장'이라는 곳이 있다. 근처에 군부대가 있는데 그곳의 훈련장인 모양이다. 이곳 용수골에 '전술훈련장'이 들어 올 뻔 한 모양이다. 시내에서 이리 가까운 곳에 몇 만 평인지 몰라도 커다란 전술훈련장이 들어 올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지금은 무장리 어딘가로 위치를 바꾼 모양인데 그곳에서도 반대가 심한 모양이다.

 등산로 입구를 찾지 못해서 대충 산으로 진입했다가 생고생을 했다. 8부 능선 정도에 묘지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니 용수골이 보인다. 그런데 사방을 둘러봐도 길이 없다. 오리걸음으로 이곳까지 왔는데 얼마나 고생을 더 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다시 한참을 헤매이고 나서 또 다른 묘지 하나를 발견했다. 정말 초반에 너무 힘을 소모했다.

 간신히 능선에 올라서고 조금을 가니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후배가 개발하여 분양을 하고 있는 전원주택단지 였다. 벌써 집이 한 채 들어서 있었다.

 그런데 겨울에 보았던 길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그렇게 훤하게 보이던 길이 수풀과 잡목으로 내가 진해 할 등산로인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지도상으로 보면 내가 가야 할 길을 이제 출발인데 뜨거운 한여름의 태양과 수풀, 그리고 알지 못하는 초행길의 불안감 등이 앞길을 막는다.

 전원택지가 조성된 곳 아래로 후리절 마을이 보인다.

 내가 숲을 헤치고 온 곳이다. 다시 생각해도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참을 앞으로 가다보니 측량 표지석이 있다. 하지만 이곳이 어딘지 감을 못잡겠다.

 우측으로 연세대학교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인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던 등산로에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너무나 반가웠다. 이곳이 정식 등산로 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아무런 시설도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날씨가 너무 더운 탓에 4개를 가지고 온 물은 금방 떨어져 갔다. 그리고 땀은 비오듯 온 몸을 적셨다.

 처음으로 등산로라는 팻말이 보였다. 이 역시 반가웠다. 하지만 아직 사람의 소리는 없다. 군데군데 멧되지가 파 놓은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땅을 헤집어 파 놓은 것이 있을 뿐이다. 

 얼마를 가다보니 드디어 몇개의 이정표가 있는 분기점에 다다랐다. 하지만 이정표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없었다. 내가 온 길도 미개척 등산로요, 앞으로 갈 길도 미개척 등산로라는 것이다. 아~ 어쩌란 말이냐...

 조금 아래쪽에 등산로 라는 표지판이 있어 따라갔다.

 바위 절벽이 있어서 우회하는 등산로다.

 다시 희미한 등산로 만 이어지는데 길 모퉁이에 파손된 경고판이 떨어져 있다. 능선을 따라 산행 하십시요. 그래, 죽으나 사나 능선을 따라..

 얼마를 가다 10시 17분경에 다시 이정표를 만났다. 백운산 8번 표시판과 함게 이번에는 등산로 종점이라 출입을 금하는 표지판이다.

 더 진행해도 되는 것인지 순간 난감해 진다. 하지만 표지판 뒤로 제법 사람이 다닌 듯 한 등산로가 보여서 용기를 내어 계속 진행 했다.

 시간은 10시 25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배가 고프다. 나는 준비한 주먹밥 중 한개를 먹기로 하였다.

 등산로가 제법 보이는 구간은 잠시,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인지 오두봉까지 가는 길은 수풀들이 무성하고 등산로는 간신히 눈에 보일 정보였다. 수풀을 헤치고 오느라 온 몸은 거미줄, 흙 등으로 말이 아니였다. 더군다나 체력은 급격히 저하되고 주먹밥 한 개를 제외하고는 물도 떨어지고 아무런 간식도 없었다.

 10시 45분 백운산7번 표지목을 지났다.

 소나무가 푸르다. 수령도 상당해 보인다.

 11시 23분 백운산 6번 표지목을 지났다.

 드디어 산악회에 달아 놓은 리본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목포 노적봉 산악회에서 단 것이다. 

 글씨마저 희미하게 풍화된 측량기준석(?)이 또 있었다.

 맨발(?)산악회의 리본, 맨발로 산악을??? 대단하다. 2007년 10월 19일 등산이라고는 한번도 안 해 본 내가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도전했었다. 지금의 공룡능선은 편하게 개발이 되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가 갔던 때는 기초 체력도 없는 상태로 가파른 고개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육체의 한계를 느꼈었다. 그 후로도 나는 평지 걷기를 좋아해서 등산을 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 백운산 등산을 계획하면서 다시 가파른 경사와 오르막 내리막의 반복에 고생을 했다. 평지는 힘이 들어도 어느 정도는 그냥 걷다보면 회복이 된다. 하지만 산길은 오르막에서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속도는 느려진고 마실 물도 떨어진지 오래다.

 부산 산부리산악회의 리본도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오두봉, 이름이 왜 오두봉인지는 모르지만 이 봉우리에서 여러 곳으로 길이 갈라지는 것 같다. 하늘을 보니 너무 파랗다.

 남쪽에서는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데 이곳은 폭풍전야라 그런가 하늘이 너무 맑고 파랐다.

 오두봉 정상에는 헬기장이 있었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파란 하늘에 잠시 마음을 빼앗긴다.

 오두봉의 남동쪽으로는 제천의 덕동계곡과 삼봉산이 있을 것이다.

 수풀이 무성하게 자란 정상에 흥업면, 오두치, 백운산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흥업면은 거리가 나와 있지 않고 오두치 1.7Km, 백운산 3.6Km이다.

 옆에는 백운산 5번 표지목이 있었다. 이곳을 통과한 시간이 12시 정각이다.

 다시 기운을 내어 백운산 정상까지 3.6Km를 가기로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곳부터는 제법 등산로가 잘 보인다.

 곳곳에 여러 산악회에서 달아 놓은 리본들도 많았다. 

 백운산이 다가올수록 오르막이 너무 힘들다. 등산스틱 두개를 의지해서 팔까지 힘을 써본다.

 12시 20분, 상학동 임도와 백운산이 갈라지는 교차점이다. 이제 백운산까지 2.3Km 남았다. 

  마치 용이 승천을 하듯 오묘한 모습을 한 고목이다. 신비롭게 느껴졌다.

 12시 26분, 백운산 3번 표지목을 지났다. 

 물도 없고 산길은 계속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지도에 묘라고 표기된 곳이 있는데 이곳이 맞는지 모르겠다. 12시 55분 통과.

 13시 00분, 백운산 2번 표지목을 지났다.

 13시 09분, 다시 묘지 한 곳을 더 지났다. 

 몇 분을 더 가서 주먹밥 하나 남은 것을 마저 먹었다. 물이 없어 먹는데 더 시간이 걸렸다. 아마 백운산이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희미하게 사람들의 소리가 난다.

 13시 26분, 백운산 아래 마지막 이정표에 도착했다. 어디에서 오셨는지 모르지만 산악회 모임인 듯 사람들이 많았다. 이정표를 찍자 함께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하신다. 이곳에서 백운산 아래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는 것 같다. 우측으로는 900미터만 가면 순환임도와 만난다는데 아마도 제천 덕동쪽의 순환임도가 아인가 싶다.

 나머지 300미터의 오르막은 가파르기도 했지만 체력이 고갈되어 서너번은 쉬어서 올라갔다.

 13시 48분, 드디어 백운산 1번 표지목이 보였다. 백운산 정상이다.

 백운산 정상의 이정표, 오두봉 3.6Km, 운학임도 3.9Km, 차도리 3,7Km 거리다. 운학임도도 한번 걸어보고 싶은데 이번 산행을 하면서 느낀점이 산은 아무래도 준비가 더 필요 해 보인다. 아직은 나에게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제천시에서 세운 백운산 정상비, 해발 1,087미터이다.

 원주시에서 세운 백운산 정상비. 지역마다 특징이 다르다.

 뒤편에 소용수골로 내려가는 길을 알리는 표지판과 백운산 중계소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그리고 상재로 가는 방향도 표시되어 있는데 상재는 오두봉과 백운산정상과 중간지점 정도 된다.

 나 말고도 혼자 등산하신 분이 있어 인증사진 한장 부탁드렸다. 그리고 13시 50분 하산을 시작했다. 최초 계획대로 수리봉 근처까지 가서 금대리로 내려 갈려니 체력도 체력이거니와 물과 식량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 섣불리 대들다가는 얼마나 큰 댓가를 치루는지 오늘 다시 느꼈다.

 하산 하면서 보니 무선중계 케이블을 위한 전력선(220V)가 매설되어 있다는 아내판이 곳곳에 있었다. 

 하산하는 등산로 옆에는 삼림이 빽빽했다.

 순환임도로 내려가는 갈림길.

 14시 28분, 백운산 순환임도에서 백운산 정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 

 백운산 10번 표지목이 보이고 임도가 있다.

 매표소까지도 3.2Km를 가야 한단다. 오른쪽으노 임도를 따라 내려갔다. 내가 정상에서 내려 온 길이 1.4Km정도 되는 모양이다.

 임도는 차단기로 막아 놓았다.

 윗쪽 길로 올라가면 군부대의 훈련장이 있는 모양이다. 

 계곡의 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알려진 관광지에 비해서 백운산 자연휴양림이나 계곡은 참으로 조용하고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환임도를 따라 내려오다보니 '한아름유치원 자연학습장'이라는 간판이 있었다.

 건물과 학습장 등 크기가 어마어마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원아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유치원이 아닐까?

 순환임도를 다 내려오니 국립백운산 자연휴양림을 알리는 입간판과 각종 이정표들이 있었다.

 백운산 자연휴양림 안내도, 내가 내려온 임도는 빨간 점선의 좌측에 해단하는 모양이다. 내려오면서 시설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매표소를 지나 조금 더 내려오니 용수골2교가 있었다. 이 다리를 건너면 후배가 개발하여 분양하는 전원주택단지가 있는 것 같다. 

 후리사(寺) 마을을 지나고도 친구의 집까지는 한참을 걸어야 한다. 휴일이라 그런지 차들도 제법 다닌다.

 서곡리 마을 유래와 각종 자료를 보여주는 안내판이다. 서곡리는 삼국시대 서곡대사가 후리사를 창건하여 이곳을 서곡리라 부르고 이곳에 탑이 많은 탑거리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탑거리를 기념하는 조형물이다.

 탑거리의 유래와 전설을 기록한 안내판.

 15시 28분 친구의 집에 다시 도착했다. 나의 스쿠터는 잘 있었다.

 친구집에 가끔 모이면 집 뒷편 그늘에 자리를 잡고 세상 이야기를 한다. 참으로 소박한 즐거움이 아닐수 없다. 준비 한 음식은 서울에서 근무하며 안흥에서 야인 생활을 하는 친구가 틈틈이 잡은 고기를 한 그릇 얻어다가 매운탕을 끓여 놓은 것이다. 시원하게 등목을 하고 함께 앉아서 매운탕을 맛있게 먹었다. 내가 오늘 시도한 등산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니 그곳은 길이 아니란다. 완전 생고생을 한 것이다.

 

 한 시간 여를 매운탕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하늘 저편에서 천둥소리가 간간히 들리고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 진다. 그래도 조금만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 비가 한 방울 떨어지자 짐을 챙겨 급히 인사만 하고 스쿠터를 몰고 집을 향하는데 50미터도 못가서 양동이로 물을 쏟아 붓는 듯한 소나기에 물에 빠진 생쥐가 되고 말았다. 급한대로 베낭의 레인카바를 씌우고 다시 출반하다가 비가 더 심해져서 다시 농가 창고로 급히 피해서 우비를 입었다. 잠시 비가 주춤하는 듯 해서 출발하여 용수골 입구 국도와 만나는 지점 근처에 다다르니 스쿠터의 시동이 꺼진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시동을 걸고 천천히 달려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샤워를 하고 잠을 청해 아내가 들어와서야 간신히 일어났다.

 

 정말 병이라도 날 것 처럼 몸이 천근 만근이다. 그래도 신기 한 것은 몇일 휴식을 취하면 우리의 몸은 다시 원상 회복이 되다는 것이다. 고통과 탈진을 경험 해 보지 못한 사람은 치유와 회복에 대해서도 알지 못할 것이다. 모두 소진 해서 다시 생기지 않을 것 같은 몸의 기운이 새록새록 솟하나는 과정을 보면 창조주의 오묘함이 아니 위대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어려움과 고통이 하나님을 알게하는 축복의 통로라고 경험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