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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산행&자전거

아버지와 함께 한 대청봉(3)

by 걸어가다 2011. 9. 27.

중청대피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야외에는 햇볓도 쬐고 더워서 지하의 취사장으로 내려갔다. 허기가 진 아버지와 나는 어머니께서 싸 주신 찰밥을 한 수저 먹으며 사발면을 위한 물을 끓였다.

이소부탄의 화력이 일반 부탄가스보다 화력이 좋은지, 아니면 우리가 물의 양을 조금 끓여서 그런지 먼저 와서 끓이던 옆 테이블의 사람들보다 먼저 사발면을 준비할 수 있었다.

사발면의 물이 부족한 듯 하여 다시 한 사발 더 끊이고 사발면에 물을 보충 한 후에 커피를 위한 물을 끊였다.

우리가 식사를 한참 하는 도중에야 옆의 사람들 라면이 익어서 먹기 시작했다.

중청대피소의 취사장에는 식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양이 충분하지 못해서 간신히 받아서 쓰는 모습이었다. 나는 2리터 물통을 처음부터 지고 와서 그 물로 모두 사용했다. 식사를 마치고도 조금 더 휴식을 취할까 했는데 아버지께서 바로 출발하자고 하셔서 바로 정리하고 출발했다.

서북능선길이 생각보다 길고 피곤하여 조금 쉬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시는 모양이다. 서둘러서 대청봉으로 출발하자고 하셨다.

중청봉 위의 통신장비.

마치 축구공을 생각나게 한다.

중청대피소의 야외 데크들. 겨울에 이곳에서 비박하는 사람을 본 것 같다.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아마도 오색에서 올라와서 다른 코스로 내려가는 모양이다.

중청대피소에서 바라본 대청봉의 모습. 중청대피소에는 취사장, 탈의실, 매점, 침실 등이 있다.

중청대피소 매점에서는 컵라면을 팔지 않는다. 한라산에서 컵라면에 김밥을 편리하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국립공원도 지역마다 정책이 다른 모양이다. 매점의 이용시간은 새벽 6시에서 오후 8시까지다.

 

대청봉을 올라가다 중청대피소를 바라본 모습.

 

 

그리 먼 길은 아닌데도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다.

 

 

다리에 쥐도 날려고 하고 옆에 가드레일을 자꾸 의지하게 된다.

 

 

 

아버지께서는 갑작스레 준비된 이번 대청봉 산행을 기쁘게 받아들이신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의 아버지의 모습만 생각하고 쉽게 제안을 하고 추진했다. 아마 75세의 나이를 생각하고 더 신중을 기했다면 아마도 추진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세월은 아버지의 체력을 마음과는 다르게 만들어 놓고 말았다.

 

드디어 대청봉에 섰다. 등산을 시작한지 7시간 만이다. 5시간 40분 정도를 예상했지만 생각과는 1시간 20여분 차이가 났다. 그래도 후반에는 거의 예상시간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대청봉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우리는 그냥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버지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대청봉 정상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다람쥐 한마리가 주위를 배회한다.

설악산 대청봉 위의 측량 표지석(?)

대청봉 위의 이정표. 오색공원까지 5Km다.

 

오후 2시가 되어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가는 계단 길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에 다리의 피로는 더 몰려 왔다.

 

설악산의 다람쥐들은 사람을 그리 피하지 않는 모습이다.

무릎이 나도 모르게 굽혀 진다.

그나마 계단이 아닌 길은 조금 여유가 있다.

쉬는 횟수가 많아진다.

 

 

가드레일을 잡지 않고는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몇 번을 말씀하신다. 가슴이 먹먹하다. 

물소리가 나더니 계곡이 나왔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출입금지 팻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몸을 적신다. 

아버지와 나는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공원입구를 1.7Km남겨둔 곳의 쉼터.

이 코스,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코스, 는 심장돌연사가 빈번한 구간입니다. 쉬어가세요. 라는 경고판이 섬듯하게 만든다.

쉼터에서도 아직 1시간이 남았다고 나온다.

이대로의 속도라면 1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 아직 시간적인 여유는 있다. 

아내가 9월에 새로 사 준 등산화다. 지난주 치악산 곧은치를 걷고, 이번주 대청봉에 왔다. 다음주는 합천 가야산을 갈 예정이다. 처음이라 그런지 발등에 물집이 생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어느 신발이든 내 발에 맞추어야 한다. 길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누가 대신 해 줄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버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내려가는 계단길에 괴로워 하고 있었다. 어버지는 그런분들에게 덕담을 나누며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려가신다.

 

 

 

 

아버지는 몸을 앞으로 숙이려고 해도 자신도 모르게 자꾸 몸이 뒤로 쓰러진다고 말씀하신다. 똑바로 걸어도 힘든 길을 몸을 뒤로 젓히고 걸으니 얼마나 더 힘이 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대부분의 길을 혼자의 힘으로 가드레일을 잡고는 하산을 하셨다. 가드레일이 없는 짧은 거리 나의 부축을 받으셨다. 아버지의 가는 팔이 잡혔다. 너무 안스럽다. 순간 치열하게 살아오신 아버지의 생애가 스쳐 지나갔다.

드디어 설악산 오색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오후 5시 28분이다. 해가 지지는 않았어도 계곡에는 약간의 땅거미가 지는 시간이다. 

길게 심호흡을 하시고 산행을 마무리 하신다.

주차장까지 걷는 것이 힘들어 오색대리운전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입구까지 차를 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다시 오색버스터미널까지 함께 갔다. 사장님의 친절함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대리운전비 2만원을 드렸다. 피곤함에 긴 인사도 못드리고 출발을 했다.

아버지께서는 언제 다시 이렇게 올 기회가 있겠냐고 하시면서 돌아가는 길 회라도 한 접시 하고 가자고 하신다. 그래서 주문진으로 차를 몰아 '수협활어회센터'라는 곳에 들어갔다. 왼쪽에는 주차장이 있고 오른쪽에는 해수탕이 있는 곳이다. 뒤쪽에는 여객선터미널도 있는데 그곳에도 주차공간이 있고 회센터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회센터 중간정도에 위치한 '형제횟집'이라는 곳에서 모듬되 소를 주문했다.

먼저 오징어와 멍개, 그리고 미역국이 나왔다.

 

이어서 게 한마리.

그리고 회가 나왔다. 양이 많다. 아버지와 내가 먹다가 남겨서 포장을 부탁했다.

 

배가 부르지만 매운탕을 먹기로 했다.

국물이 매콤 한 것이 시원했다. 아버지도 밥까지 비벼서 양껏 드셨다.

 

횟집을 나서면서 주인아주머니께 한 컷 부탁드렸다.

 

 

커피 한 잔을 들고 회센터 후문으로 나오니 여객선이 서 있었다.

아내가 마른오징어 한 마리만 사오라고 해서 수협활어회센터 건너편의 건어물상회로 가서 오징어를 한 축 샀다. 오징어 값이 많이 올라서 그런지 10마리에 조금 큰 것으로 3만원인데 2만 5천원에 해 주신다고 해서 샀다. 친절하게 사탕도 한 주먹 주신다.^^ 집에서 바로 한 마리 구워 먹었는데 맛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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