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걷기&산행&자전거

제 16회 원주국제걷기대회 2일차 50 Km

by 걸어가다 2010. 11. 1.

 평소 혼자서 원주의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는 것을 즐겼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국제대회로 인증을 받았다는 원주국제걷기대회가 매년 열리는데 벌써 16회다. 아이들이 어릴 때 두번 정도 참석을 했었으니까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다. 초등학교 2~3학년 정도 였던 아이들은 이미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에 가 있다.

 평소에 50 Km 정도를 혼자서 몇 번 걸어 보았지만 50 Km가 쉽지는 않은 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함께 걷는다면 혼자 걷는 것과는 다른 것이 있을 것 같아 새벽에 준비를 하고 따뚜광장에 도착했다.

 6시가 되었는데 이런저런 출발 전 행사를 하고 있었다. 역시 50 Km는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 참가하고 있었다.

 따뚜공연장 안에는 꽃과 함게 여러가지 걷기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각 지역별로 걷기연맹들이 있는 모양이다.

 6시 12분 , 드이어 출발이다. 관계자의 환송을 받으며 힘차게 출발한다.

 코스에 나와 있는 것과는 다르게 기상청과 환경청 사이 길로 들어서서 교동초등학교를 지나 원주여고 옆 길로 해서 남부시장으로 내려갔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는 남부시장 길을 내려간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원주천 둔치에는 새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출발부터 선두는 얼마나 내 달렸는지 이 후로 한 번도 그들의 꼬리조차 보지 못했다.

 지저분한(?) 하천은 사라지고 반듯하고 깨끗한 하천으로 살아난다(?). 과연...

 가을 길...

 앞서 걸으시던 어르신은 77세의 연세에 1일차 50 킬로미터를 걸으시고 오늘 2일차도 50킬로미터를 걸으시고 계신단다. 대단하시다.

 반곡관설동 동사무소 앞에서는 자원봉사자로 보이는 분들이 차와 어묵을 나누어 주고 계셨다. 하지만 걷는 사람들에게 여유는 사치다.

 담배를 피우며 여유롭게 걸으시는 이분의 등판에 쓰인 한마디.. 즐기며 걷자... 나는 이 말의 의미를 나중에 되새기게 되었다.

 끝없이 이어진 길은 우리에게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좁고 길게 이어진 길을 좋아 한다.

 '섬강체험탐방로'이기도 한 이 길은 목책과 로프로 잘 꾸며져 있다. 산 아래 왠 운무인가 했더니 누군가 아침에 소각을 하는 모양이다.

 혁신도시 건설현장에 들어서니 아직 황무지다. 인간의 힘은 대단하다. 이 땅을 또 녹지처럼 꾸미기도 할 것이다.

 철거를 임의대로 해도 안되는 것이다. 비록 주인일지라도... 6.25 전사자 유해가 매장 된 것을 추정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첫번째 체크포인트. 행구동바르게살기위원회, 원주시자연보호협의회, 원주불교신도연합회에서 도움을 주시는 듯 했다. 특히 불심을 느끼게 하는 전시물이 많았다.

 체크카드에 도장을 찍어주는 예뿐 소녀, 주변 여성분들의 미소가 소녀 보다 해맑다.

 막걸리와 부친개.

 서로의 오가는 대화가 정답다.

 맛있는 한과. 외국인도 맛있게 먹는다.

 명상의 글귀들이 있는 그림엽서를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실물은 처음 보는 태양열 조리기. 간단한 기술이 아닌 것 처럼 보인다.

 도움을 주신 단체의 것으로 생각되는 현수막.

 견공도 지나가는 도보여행자들이 신기한 듯 바라본다.

 드디어 원주에서 유명한 길까페에 도착했다. 아직 문을 열기 전의 시간이다.

 이곳에서는 행구동자율방범대에서 무료로 라면 및 커피를 제공하고 있었다.

 경험이 없어 먹거리를 베낭에 많이 넣어 가지고 온 것이 후회된다. 함께 걷던 분들이 라면이 익기도 전에 휘익 저어서 드시고  

 뜨거운 커피는 손에들고 출발을 하신다. 얼떨결에 익지도 않은 컵라면을 제일 늦게 먹고는 차마 커피까지 들고 따라가지는 못하고 서서 커피를 마시며 뒷모습을 바라본다. 입구에는 길이 두개인데 오른쪽은 관음사를 거쳐 곧은치로 가는 길이고 좌측길은 치악산기도원을 거쳐 전원택지로 이어지는 길이다.

 전원택지를 지나면 걷기대회 코스 중 유일 한 오솔길이 나온다.

 오솔길이 끝나자 원각사라는 처음 듣는 절이 나왔다. 원각사에서 설법을 녹음 한 것 같은 방송을 틀어 놓았다.

 원각사 아래로 먼저 출발하신 두 분의 모습이 보인다.

 

 황골로 가는 길에 커다란 건물이 있다. '강원교육정보원'이었는데 참으로 웅장했다. 뭣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 가니 석경길의 이정표가 있다. 학창시절 소풍을 왔던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 가물가물하다.

 마당과 낙엽이 소박하고 편안한 '로뎀'이라는 레스토랑.

 황골 삼거리에서 입석대방향으로 정자나무를끼고 돌아가니 흥양초등학교로 이어진 길이 있었다. 혼자 걸었다면 20 Km 정도 되는 이 지점에서 한참을 쉬어 갔을 것이다. 하지만 걷기대회는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홀로걷기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오후 2시에 학성초교에 가야 한다는 기준이 있기에 그냥 지나쳤다. 휴식 없는 걷기는 나에게 무리로 다가 왔다.

 흥양삼거리에서 구룡사 방향으로 가는 44번 국도와 만나는 교차로.

 흥양리 교차로에서 원주I.C 방향으로 직진하여 장양사거리까지 쉼 없이 왔다.

 5번국도를 건너가는 육교위에서 횡성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때도 나는 시간에 대한 강박으로 휴식없이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육교 아래에는 봉사하시는 분들이 음료수와 커피를 제공하고 있었다. 나는 포카리스웨트를 하나 들고 바로 출발했다.

 나는 왜 이리 서두루고있는가? 음료수 한 잔 마실 여유도 갖지 못하는 내 모습이 낮설게 느껴졌다. 연초제조창 우측 장막1길로 조금 가니 대화지 길 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학창시절 대화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곳이 그곳인지 모르겠다.

 그곳에는 원주시제2취수장이 있었다.

 취수장이 있어서 인지 이곳은 상수원보호구역이었다.

 그런데 이곳에도 강을 살리는 사업이 한창이었다. 4대강 살리기, 4대강이 살아나면 생명도 살아난다고 한다. 이곳은 '섬강살리기'다.

섬강살리기 14공구 중에서도 '호저지구'란다. 14.29 Km에 하천환경정비 680m, 자전거 도로 5.42 Km라고 한다. 사업비는 총333억4천5백만원이 들어 간단다. 1 Km에 17억 2천8백만원이고 1미터에 172만원 이상 들어가는 사업이다. 나는 더 이상 따질 능력도 없고 따지고 싶지도 않다.

 6시간 이상을 걸었더니 생리현상을 해결 할 필요가 생겼다. 산길을 걸을 때 노상에서 처리를 했어야 했는데 도회지로 벗나나와 버리고 말았다. 지도상에 몇 곳의 화장실이 표시되어 있었지만 막상 그곳을 지날때는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쳤다. 내가 부주의 했는지 본부측에서 표시가 아쉬웠는지 모르지만 태장동 원마트의 신세를 졌다.

 6시간을 걷고나니 다리에 쥐가 난다. 다리 아래에 자리가 펴 있다. 먼지가 있었지만 오랜만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며 허기를 달랬다.

 휴식을 취했어도 다리의 피로가 잘 풀리지 않는다. 25~30 Km 지점에 걷기대회 측에서 운영하는 리프레쉬 존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제36보병사단을 지나면서 흥양삼거리까지는 인도가 없는 차도를 걸어가야 하는 최악의 코스였다. 아쉽다.

 흥양삼거리를 지나면서는 몇 번 걸었던 길이다. '통나무와 질그릇' 그리고 '낭띠타운'을 지나 계속해서 산으로 들어가면 번재와 이어진다.

 번재로 넘어가는 길은 생긴지 오래되지 않아 보인다. 나와 10여 킬로미터 이상을 앞에서 걸으셨던 분인데 등에는 두 딸에게 사랑한다는 글이 있었다.

 드디어 20 Km, 30 Km 걷는 분들과도 만났다.

 사람이 많으니 걷는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속도는 많이 늦어졌다.

 쉼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 유모차를 끌고 참가하신 분, 진짜 걷기의 묘미를 느끼시는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시 38분에 학성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체크카드에 도장을 찍어 주는 분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 많다. 그렇게 쉼없이 걸었건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내 몸에는 무리만 남았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따뚜광장까지 알아서 복귀해야 했다. 중앙시장은 많이 혼잡했고 남부시장에 다다르자 다양한 길로 사람들이 흩어져 따뚜광장으로 향한다.

 따뚜광장에는 역시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특히 무료로 나누어 주는 코너에 줄을 길게 서 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산만하다.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몇 몇 공연이 펼쳐지지만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한다. 뭔가 아쉽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50 Km를 걸으며 느끼지 못했던 가을의 여유와 정취를 느껴본다. 참 아이러니 한 걷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