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출퇴근을 하는 길에 고갯길이 있다. 아스팔트로 뻥하고 뚫린 길 덕에 시장과 택지가 조금은 빠르게 이어진 느낌이다. 주변에 '평생교육정보관'이나 '청소년 문화센터'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일부 구간은 4차선에 갓길까지 있는 넓은 길이다. 이 고개를 차량들도 많이 이용하지만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는 길이다. 특히 걷기가 보편화 되고 유행하면서 근처에 있는 '봉화산' 등에 오가는 사람들과 출퇴근 시민들, 그리고 근처에 밀집된 학교를 오가는 초, 중, 고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나 역시도 거의 매일 이 고개를 하루 두번씩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고개는 경사도가 있어서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사람은 물론 차량들이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위험한 도로이기도 하다. 이제 얼마 있으면 눈이 내릴 것이고 작년의 폭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미리미리 대비하길 원한다.
얼마전에도 걸어서 고개길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어서 보니 제설용 모래함이 놓여 있었다. 아 이제는 겨울이 되었구나 생각을 하면서 피해서 지나쳤다.
이곳에 눈이 오는 양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다시 제설함이 하나 더 있었다. 이곳은 직직 1차로를 제외하고는 도로폭이 좁아지는 곳이다. 누군가가 공공용 쓰레기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같이 놓아 두었다.
고개마루가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차도는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줄었고 인도 역시 많이 좁아져 있다. 하지만 아직 거의 1차선과 비슷한 넓이의 갓길은 계속된다.
길 건너 '원주청소년문화의집' 방향에 보니 이곳도 차선과 갓길, 그리고 좁은 인도가 있는데 그 반을 차지하는 제설함이 인도에 올라앉아 있었다. 나는 이 방향으로 걷는 일이 많지 않아 잘 느끼지 못했다.
더 올라가 마루 근처부터는 '어린이 보호역'이라는 표지가 크게 있다. 하지만 이곳부터는 갓길도 사라지고 인도는 더 좁아지고 차도 반대편에는 옹벽이 있어 답답하고 옹벽과 접촉의 위험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도 제설용 모래함이 설치되어 있다. 그것도 인도의 반을 넘어설 정도로 인도를 차지하고서 말이다. 한 두번 불편하지만 그냥 옆으로 비켜서서 모로 걸어가기도 하고 사람과 마주치거나 여럿이 걸을 때는 차례로 지나가면서 통과 했다. 그러면서 이 제설함이 좁은 이곳에 놓이는 것이 사람보다 차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차량을 위해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보행로를 희생해서 차지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바람직한 행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올라 오면서 보았던 평생교육정보관 앞은 4차로이고 얼마간은 갓길까지 넓게 있는데 얼마나 차량 운전자를 편하게 만들려고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불편을 담보로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차량을 위해서는 약자인 보행자가 항상 양보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지는 모르겠다. 나도 차를 타고 다니는 경우가 있지만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보행자가 될 수도 있고, 차량을 이용하기 힘든 중앙초등학교, 학성중학교, 치악중학교, 북원여고 학생들과 평생교육정보관에서 공부를 하거나 원주청소년문화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이 길을 이용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행권을 배려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인도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모래함이 지금이라도 다른 곳으로 이동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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