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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산행&자전거

3일차 올레7코스 ~ 올레8코스 (올레길 & 한라산 5박6일)

by 걸어가다 2011. 6. 2.

수요일 아침은 어제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창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그래도 그냥 모험을 하기로 했다.

몇일 지났다고 짐이 정리가 되어간다.

 

오늘 아침은 안전하게 서귀포에서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아침을 일찍하는 식당이 많지가 않다. 구 시외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식당에서 순두부를 먹었다. 순대국밥보다는 만족도가 높았다.

 

어제 걸었던 뉴경남호텔 앞으로 내려가니 천지연폭포 물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더니 서귀교로 올라간다. 서귀교를 건너서 바로 좌측의 시(詩)공원으로 들어선다. 시공원은 조용하고 잘 꾸며져 있다. 비가 내리니 사람들도 없다.

 

시공원의 끝부분에 폭포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보니 천지연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찍기가 좋게 되어있다. 날씨가 맑으면 좋은 사진을 얻을수 있을 것이다.

비 내리는 연못에 연꽃이 피어있다.

 

시공원을 빠져나오자 올레길을 알리는 표지가 혼란스럽다.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갈등하는 찰나 마침 지나가는 분이 계신다. 여쭤보니 내려가는 길은 항구로 가는 길이고 시공원을따라 약간 올라가면 왼쪽으로 외돌개가는 길이 나온다고 하신다. 하마터면 한참을 헛걸음 할뻔 했다. 생각해 보니 첫날 새섬에 가느라 이 길을 스쿠터로 지났었는데 걸으면서 다시 보니 혼동이 되었던 모양이다.

외돌개 주차장 앞에 있는 제주올레안내소가 있다. 스템프를 찍으려고 하니 비가오는데 누군가 잉크패드를 안에 넣지 않았나 보다 잉크패드에 물이 흥건하다. 비가 오는 가운데 대충 스템프를 찍고 일어나려는데 안내소 봉사자가 문을 연다. 궂은 날씨에도 수고가 많다. 그리고 날씨가 좋지 않으니 우회하라는 곳에서는 반드시 우회하라고 주의를 준다.

외돌개는 거의 외길로 이어져 있었다. 수학여행팀을 만나서 함께 걸었다. 추월하기가 쉽지 않았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파도는 높다. 그런데 바당길이 있다. 우회하라는 표지는 없었는데 잠시 갈등하다 그냥 진행했다. 둘이서 해변가 바위길을 가려니 조금은 무서웠다. 그런데 조금뒤에 수학여행온 고등학생 두명이 바당길로 따라온다. 어느정도 같이 겉다가 거의 끝부분에서는 우리를 앞서간다. 서로 많은 힘이 되었다. 다른 학생들은 지름길로 바당길 끝에 도착했는데 학생 두명과 우리는 그냥 바당길을 걸었던 것이다. 후로도 바당길이 두번 정도 더 나왔던 것 같다.

비를 계속 맞아 신발속까지 물이 질척이고 바지도 완전히 젖어 물이 떨어진다. 아내는 우비를 입어 상의는 괜찮아도 신발은 바지를 타고 스며든 물에 질척이고 있었다. 강정천 옆에 있는 풍림리조트에 도착했다. 풍림리조트로 들어가는 길은 오솔길 이었다. 입구에 바닷가우체국이라고 있고 그 우체국에 중간 스템프 확인장소가 있었는데 안내가 부실해서 그냥 지나쳤다.

이곳 풍림리조트에서는 올레꾼들을 위해 11시 40분부터 2시까진가 점심뷔페를 7,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비닐을 빌려 의자에 깔고 식사를 했다. 화려한 뷔페는 아니지만 조용하고 편안했다. 리조트 구석에서 양말과 신발의 물기를 수건을 이용해 대충 제거했다. 그리고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 잠시 갈등했다. 아내도 발가락에 물집이 생긴듯 통증이 있다고 했다. 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아내에게 돌아가는게 어떨지 물었다. 아내는 끝까지 가자고 한다. 아내에게 이런면이 있었는지 놀랐다. 리조트 안내데스크에 스템프 장소를 물었는데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리조트를 떠나고 말았다. 설마 리조트 안에 스템프 찍는 곳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풍림리조트를 떠나 30분정도 걸으니 다시 신발에 물이 차올랐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곳이 있어 잠시 커피 한잔을 얻어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난다. 나는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월평에 도착하니 빗발은 많이 약해졌다. 월평마을 '송이슈퍼에서 7코스 끝 스템프와 8코스 시작 스템프를 찍고 조금 진행하여 공원에 들렸다.

비도 거의 그치고 해서 다시 양말과 신발의 물기들을 수건으로 짜내었다. 이제 7코스가 끝났으니 8코스가 남았다. 다시 물기만 짜내고 나머지 15Km 이상을 걸어야 한다. 다시 힘을 내어 걷는다.

길가에 말 목장이 있다.

바당길을 지난다.

주상절리(지삿개)를 지나 다시 올레길 표시를 잃어 버렸다. 퍼시픽랜드가 보여서 내려가 안내하는 분에게 물었더니 아래 길로 내려가라고 일러주신다. 그 아래에는 즉석 회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아내가 지난번 여행때 이곳에 들린것을 기억해 냈다.

조금 더 가니 중문해수욕장이 보인다. 퍼시픽랜드와 중문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조금 보인다. 비가 그치고 중문관광단지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보인다. 중문해수욕장을 가로질러 제주하얏트호텔을 향해 걸어갔다.

제주하얏트호텔에 도착하니 안내판 하나가 보인다. 올레 8코스 해병대길을 당분간 폐쇄한다는 것이다. 우회하는 길에 대한 안내가 없다. 불안하다. 그냥 표시대로 따라간다.

중문관광단지 입구 관광안내소까지 걸어왔다.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좌회전하여 예례동 방향으로 향한다.

예례동 교차로에서 바닷가 방향으로 포장된 도로가 길게 뻣어있다. 그 길을 따라 가다보니 길이 끊겨있고 더 이상의 올레길 표시도 없다. 시간 안에 8코스를 마칠수 있을지 마음이 조급해진다. 갈등하다 다시 힘을 내어 좁은 길을 따라 바닷가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길을 계속 걸었다. 길은 점점 산길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시간상 남은 거리를 해가 지기 전에 갈지 의문이 들었다. 이제 돌아가기도 늦었다. 그냥 계속 걸었다. 멀리 색달하수종말처리장이 보인다. 얼마나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1.1Km의 거리를 돌아서 5Km를 걸었다.

색달하수종말처리장부터는 올레길 표시가 나타난다. 이미 체력은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다.

조금 더 걸으니 논짓물이 나왔다. 지도를 펴서 남은 거리를 계산 해 보니 해가 지기전에 8코스를 마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우리는 다시 8코스의 끝을 향해 걷기로 했다. 열리 해안도로 중간정도에서 해는 완전히 져서 어두워졌다. 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오늘은 랜턴도 가져오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동네 불빛을 따라 걸었다.간신히 동네에 들어서고 동네슈퍼에서 길을 물으니 10분만 더 가면 8코스의 종점이라 한다. 우리는 내일을 기약했다. 지금 시간에 버스마저 놓친다면 더큰 낭패다.

 

우리는 대평리 버스정류장에서 서귀포 중앙로타리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안도의 마음과 함께 오늘 하루 머나먼 여정이 떠올랐다. 빗속에 신발을 두번이나 짜내고 폐쇄된 길에 4Km를 돌아서 겨우 다다른 버스종점. 기사 아저씨는 내가 만난 제주도의 기사분중 제일 친절했다. 서귀포 중앙로타리에서 내리기 전까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고보니 강원도 분이셨다. 아직 원주에 형님이 살고계셔서 자주 오신단다. 숙소에 도착하기 전 민중각에 전화해서 혹 운동화빨래방이 있는지 물어보니 숙소에 세탁기와 신발건조기가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신발을 건조시켰다. 1시간 정도 건조하니 신발이 뽀송뽀송 말랐다. 오전 7:30 경 집에서 나와 08:10 정도부터 걷기 시작해서 오후 7:50분경 버스에 올랐다. 거리는 오히려 늘어나서 36 Km를 걸었다. 참 대단한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