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보니 아내의 발에는 물집에 몇 군데 더 생겨 있었다. 바늘로 터뜨리고 실로 통과시켜 놓았다. 통증에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데 한라산 등반이 가능할지 걱정이다. 새벽에 서둘러 일어났다. 새벽 5:56분 숙소를 나섰는데 김밥을 사느라 6:00차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이곳에서 516도로를 통해 성판악으로 가는 버스는 15분에 한대씩은 있다.
덕분에 여유를 가지고 보니 서귀포중아로타리에서 한라산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더니 이것저것 친절하게 일러준다. 함께 06:15분 버스를 타고 성판악으로 향했다. 버스에서도 제주도 이야기, 사진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판악에 도착하니 06:45분이다. 어제의 아품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먼저 아침부터 먹기로 했다. 서귀포에서 사온 김밥이 있었기에 이곳에서는 어묵 하나를 주문했다.
식사를 마치고 기대를 안고 한라산 등반길에 오른다. 진달래대피소를 13:00까지 통과해야 한다는 알림판이 보인다.
우리가 선택한 등산로는 한라산 동족의 성판악코스로 올라가서 북쪽의 관음사코스로 내려가는 것이다. 예상 소요시간은 8시간 30분이다.
표지판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속밭대피소,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화장실도 있다.
한라산을 다녀온 사람들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사라오름, 사라악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다. 가는데 20분 오는데 20분 정도 소요되는데 전망이 정말 좋다. 가끔 피곤한 상태라서 그냥 지나치는 분들이 있는데 꼭 가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비가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분화구에 물이 제법 고여있다. 겨울에는 눈과 얼음이 있다고 들었다.
사라오름에서는 한라산이 조망된다.
조금 더 가면 전망대가 있는데 서귀포 방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침이라 안개가 껴서 시야가 깨끗하지는 않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 정상.
사라오름 전망대에서 내려오며 바라본 분화구.
10:18분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했다. 주변에 진달래가 만발했다.
이곳에서 다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사발면을 두개 주문했다. 제주제일고등학교 학생들이 소풍(?)을 온 모양인데 조금 서둘러서 다행히 일찍 구매할 수가 있었다. 겨울에 등반 온 친구는 30분 이상 기다려야 해서 포기한 경우도 있단다.
사발면 외에도 다양한 물건을 판매한다. 한라산에는 휴지통이 없다. 즉 자신이 발생한 쓰레기는 산 아래까지 자신이 가져가야 한다.
학생들은 손에 손에 도시락을 들고 왔다.
줄지어 마지막 구간을 오르는 사람들. 망원렌즈를 구입해서 가져왔느데 별로 사용 할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여행용 렌즈라고 시그마17-250mm를 장착하고 탐론 18-50mm 2.8은 숙소에 두었는데 경치를 넣어 찍다보니 대부분 50mm 이내로 찍은 것 같다.
안개가 껴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오르막.
11:48분, 드디어 다다른 한라산 백록담. 07:00에 성판악 휴게소를 출발했으니 4시간 48분 걸렸다. 물집으로 고생하는 아내는 한 발 한 발을 기도하듯 내딧어서 정상에 올랐다. 머리가 조금 보이는 분이 서귀포에서 함께 버스를 타고 온 분이다. 서울 분으로 가끔 혼자서 제주도에 와서 찜질방에서 묵으며 사진촬영을 하고 들어가면 찜질방에서 빨래까지 해 놓는다고 한다. 사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다.
내가 생각 한 것 보다는 백록담에 물이 많았는데 아내는 백두산 천지처럼 물이 있을 것으로 기대 했던 모양이다. 한라산 정상은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었다.
바람때문에 오래 머물기가 힘들었다.
서울 아저씨는 어느새 백록담 다른 능선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서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12:10분, 이제 관음사 코스로 하산이다.
날씨만 조금 맑으면 상당히 멀리까지 보일 것 같다.
사진으로는 장관인 모습이 잘 표현되지 않는다.
하산하는 초입에는 이런 나무들이 많았다.
백록담 아래 1.3Km 지점인 왕관바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용진각 대피소 자리. 용진각 대피소는 1500미터에 위치해 있고 1974년 건립이후 30년동안 산악인들의 겨울철 훈련장소로 사랑을 받아오다 2007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나리'로 인해 근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다리 지나서 약수가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올라가는 길이 약간 나온다.
백록담에서 1.9 Km인 삼각봉 대피소, 아직 관음사까지는 6.3 Km가 남았다.
다 내려왔나 싶어도 길은 계속 이어진다. 어짜피 계속 걸으면서 예정된 시간이 되어야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어 있다.
관음사지구 탐방안내소, 삼각봉안내소에서 12:30분부터 정상등반을 통제한다고 되어 있다.
관음사지구에는 야영장이 있다.
제주 제일고등학교 학생들을 환연하는 브라스밴드가 학생들이 내려올 때마다 음악을 연주한다. 우리는 학생들 마지막 후미와 거의 같이 들어왔다. 12:10분 백록담 출발, 15:40분 관음사 도착, 하산에 3시간 30분 걸렸다. 아내의 물집이 하산길에 더 아파해서 천천히 걸었음에도 역시 하산은 예상시간보다 30분 단축되었다. 07:00 성판악을 출발, 15:40분 관음사에 도착했으니 전체적으로는 8시간 40분이 걸렸으니 양호하다.
관음사지구 탐방안내사무실과 주차장이 있다. 탐방사무실에서는 한라산 등정확인서를 1,000원에 발급해 준다. 기념으로 발급 받았다. 여기서는 516도로까지 교통편이 없다. 택시는 1인당 5,000원을 내라고 한다. 우리는 부부라 그냥 5,000원에 갔는데 한 학생이 합승을 하려니까 거절했다. 3,000원에라도 합승을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면 1인당 무조건 3,000원씩 받는 것도 좋고... 516도로에서 버스를 탈수 있는 '제주의료원'까지 택시로 5분도 안걸리는 거리다. 거리는 3.5Km. 그 학생은 걸어가고 있었다. 걸어가는 분들이 몇 분 있었는데 한라산을 등반하고 참 대단한 분들이다.
제주의료원에서는 버스가 많다. 잠시 기다리니 금방 버스가 왔다. 역시 T머니로 계산했다.
피곤함에 따사로운 날씨에 졸다보니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숙소인 '유정모텔'은 제주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 골목이다. 걸어서도 금방이다. 깨끗하고 친절해서 올레꾼들에게 많이 알려졌고 인기가 좋다. '간세다리'라는 제주올레 다음카페의 회원이면 5,000원 할인도 해 준다. 미안함을 무릅쓰고 할인을 받아서 25,000원을 지불했다.
피곤하다.
제주에서 맛있는 것을 많이 사 주고 싶었는데 피곤해서 멀리 나가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는 맛집이 많다는데 유정모텔 사장님이 근처 '무진장식당'을 소개 해 주었다.
광어 소 1만원, 중 2만원, 대 3만원, 황돔 중 3만원, 대 5만원 이었다.
매운탕 포함이다.
고기국수를 한번 시켜서 먹어 보았다. 순대국 국물맛에 국수를 말은 것 같았다. 역시 내 입맛에 잘 맞는 것은 아니다. 음식이 전체적으로 퍽퍽하(?), 아니면 약간 거칠다는 느낌이 든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 쉬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카페거리에서 용연까지 걸으며 제주의 밤을 마무리 하려 했는데 너무 피곤하다. 빨리 피로가 풀려야 할텐데... 한라산 등반 역시 대단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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