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토요일 아침 평소처럼 아내와 나는 스쿠터를 타고 출근을 하기위해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면 주차장과 통하는 문 전에 작은 공간이 있다. 나는 오래 전 부터 이곳에 스쿠터를 주차하곤 했다.
밤 11시가 넘으면 주차장으로 통하는 철문은 잠근다. 나는 이곳이 안전하다 생각하고 이곳에 주차를 하곤 했던 것이다.
계단 아래의 공간에 내 스쿠어 밖에는 없었지만 최근에는 각종 오토바이나 전동스쿠터 등이 생기면서 주차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철문 나가자 마자 CCTV가 문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금요일 밤, 그러니까 토요일 새벽인지도 모르지만 이 철문이 닫긴 계단 쪽 공간에서 절도범이 내 스쿠터를 훔치기 위해 작업을 했던 것이다.
키박스 앞쪽의 카울이 삼각형 형태로 절단 되어 있는 것이었다. 시동이 걸리지 않아 이상하다 하고 내려 본 순간 파손된 부위를 발견하고는 너무 놀랐다. 그러고 보니 뒷바퀴 잠금장치를 풀 때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딸칵 하고 한번에 열리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한번 걸렸다가 열리는 것이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분해된 전선을 다시 연결해서 시동을 걸어보았다.
다행히 시동은 걸린다. 화가 나는 마음을 억누르고 주차장 CCTV앞에 주차를 하고 경비 아저씨에게 파손 사실을 알렸다. 그러고 출근 하려고 보니 관리사무소 옆 벤치에 낯선 청소년들이 예닐곱 명 누워서 자고 있었다.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려웠지만 아마 이곳에서 밤을 샌 모양이다. 모두 비슷한 검정색 카파(?) 츄리닝 바지에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대략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데 머리는 모두 길었고 슬리퍼 차림이었다.
마음이 찜찜 했지만 그냥 출근을 했다. 한번 이런일을 당하니 절도범들이 다시 올것같은 생각에 일이 잘 잡히질 않는다.
저녁에 아들에게 이야기 하니 얼마전 독서실 절도범을 잡은 이야기를 해 주며 이것 저것 묻는다. 지금 고3인 아들은 CCTV를 보면 아는 놈일지도 모른다고 관심있어 한다. 하지만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출근을 하는 월요일 찾아간 관리사무소의 CCTV는 범행 현장, 또는 범인들의 인상착의를 찾기에는 CCTV의 설치각도나 화질 등등에서 너무나 부족했다.
결국 경비 아저씨들이 좀더 신경써서 순찰을 돌고 아파트 관내에 수상한 사람 있는 경우 입주자 인지 확인을 하고, 입주자가 아닌 경우에는 좀더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는 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최소한 입구와 출구에는 출입하는 사람을 확실하게 구분 할 수 있는 해상도의 CCTV를 설치 해야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결국 스쿠터를 구입 한 업체에 연락하여 부품을 수배하였다. 몇 일 후 부품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는 오토바이 상회로 갔다.
마침 저녁시간이라 정비하는 아저씨들이 식사를 하신다. 식사시간 동안 잠시 기다리기로 하고 새로 산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근처의 풍경을 담아보려고 길을 나섰다. 출퇴근의 차량들이 밀린다.
예전의 렌즈보다는 좀 더 깨끗하게 찍히는 느낌이다. 정확하게 보는 눈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이론상으로는 흔들림이 줄어야 한다.
내가 다니는 오토바이 상회는 요즘 오토바이 리스 사업을 더 많이 한다고 한다. 회사들의 차량도 요즘은 렌트카를 장기 임대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각종 배달 업체의 경우도 오토바이를 임대 또는 리스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즉시 출장 가서 해결 해 주고 하느라 매장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다고 했다. 사업의 형태가 다양하게 변한다.
신호가 바뀌면 원예 하나로마트 방향으로 차들이 빠져나간다.
하지만 금방 차들이 밀려서 원동아파트 정문 근처까지 차들이 밀리곤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내 스쿠터의 정비에 들어갔다. 마치 터미네이터의 모습처럼 앞 카울을 분해하고 절도범들이 분해 한 전선을 다시 연결한다.
그리고는 새로운 카울을 조립했다. 이제 걷으로 보이는 상처는 치유되었다. 하지만 나의 정든 스쿠터 비노에게 가한 절도범들의 훼손에 대한 마음의 상처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조금 비싸게 주고 구입했지만 이곳저곳 여행도 다니고 하루 300원이라는 저렴한 유류비로 나의 출퇴근을 책임쳐 주는 든든한 친구이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이 친구와 함께 하고 싶다. 제발 남의 물건을 탐하는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노력해서 정정당당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절도범과 피해자의 관계로 만나는 일이 다시 없었으면 한다.
나도 나름대로 스쿠터의 주차위치를 바꾸기로 했다. CCTV 바로 앞에 주차하고 절도범들이 훔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시건장치를 더 해야겠다.
'발자국(사진&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번날에 지짐이 (0) | 2010.09.19 |
---|---|
송이버섯 (0) | 2010.09.17 |
버블 브레이커 최고기록 경신 (0) | 2010.05.18 |
친구야 반갑다. (0) | 2010.05.13 |
한솔오크벨리 결혼식 (0) | 2010.05.08 |